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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황실의 공예, 연경팔절 ③] 중국 공예품의 독특한 장식들, '조칠'과 '상감'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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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황실의 공예, 연경팔절 ③] 중국 공예품의 독특한 장식들, '조칠'과 '상감' 기법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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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대표적 장식기법인 옻칠과 상감, 중국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두껍게 칠해진 옻칠을 조각한 조칠과 화려한 금속을 새기는 상감들, 중국 고유의 아름다움 표현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예로부터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쓰인 천연 도료는 옻칠이었다. 옻칠은 옻나무에 나오는 수액을 말한다. 이 수액을 공예품에 바르면 견고한 막을 형성하여 광택이 나고 쉽게 상하지 않게 한다. 또한 이외에도 방충과 방수, 방습, 방열 등의 기능도 있었다.

옻칠은 다양한 기능 덕분에 공예품의 마무리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옻칠은 기능적 요인뿐만 아니라 미적 아름다움으로도 가치가 있어 예술품이 될 수 있다. 옻칠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표현을 할 수 있다. 색깔의 경우에는 보통의 생옻칠은 투명하지만 오래 놔두면 자연스럽게 검은색이 된다. 또한 다른 안료를 섞으면 더욱 다양한 색이 돤다.

옻칠로 완성한 공예품을 칠기(漆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조개껍질로 장식하고 옻칠로 마무리한 '나전칠기'가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옻칠로는 금 또는 은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마키에'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어떤 칠기가 있을까?
 

18세기 조칠 상자 / 위키피디아
18세기 조칠 상자 / 위키피디아

중국을 대표하는 옻칠 작품, 조칠

중국을 대표하는 옻칠공예는 바로 '조칠(彫漆)'이다. 특히 이 조칠은 베이징의 궁궐에서 유행했기에 북경조칠이라고도 부른다. 이 조칠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베이징의 조칠은 옻칠을 여러 번 입혀서 두껍게 만들고 그다음에 조각을 하여 문양을 표현하는 것이다.

옻칠을 두껍게 해서 조각을 한다고 하니 굉장히 참신한 발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옻칠이 마르면 다시 거기에 옻칠을 덧입히는 무수한 반복을 겪어야 한다.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나무나 점토를 조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옻칠 표면은 훨씬 약하다. 자칫하면 겨우 말린 옻칠이 모두 깨져버릴 수 있으므로 아주 정교하고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다.
 

옻을 조각해 세밀한 묘사를 했다 / 위키피디아
옻을 조각해 세밀한 묘사를 했다 /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조칠 작품은 장식이 아주 정교하고 우아하며 농후한 자태를 뽐낸다. 칠은 보통 50번에서 많으면 수백 번을 반복하기도 한다. 보통 작품 표면에 옻칠의 다양한 색깔이 곁들어지지만, 도안에 따라 옻칠을 벗기면, 벗겨진 문양에 따라 표면이 새롭게 드러나 조화를 이루게 된다.

기법은 바탕을 깎아 조칠된 형상을 입체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양각과 문양에 따라 파내어 바탕보다 들어가게 하는 음각 등이 있다. 또한 색깔도 다양한데, 주홍색은 퇴주(堆朱), 붉은 것은 척홍(剔紅), 검은 것은 척묵(剔黑) 또는 퇴흑(堆黑)이라고도 불렸다. 특히 많이 사용된 색은 붉은색 또는 검은색이며 녹색, 갈색, 황색 등도 사용했다. 안료는 아름다운 빛깔을 내기 위해 코발트, 에나멜(법랑), 붉은 모래, 산호, 유동나무씨 기름, 각종 보석의 가루 등을 사용했다.

조칠은 당나라 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송나라와 명나라 등을 거치며 이어졌고 특히 청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옻칠 공예로서 널리 계승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에서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무형문화재)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위진남북조시대 사원의 지붕에 적용된 금칠상감 / 위키피디아
위진남북조시대 사원의 지붕에 적용된 금칠상감 / 위키피디아

우아함과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금칠상감

옻칠이 동양을 대표하는 공예 기법이라고 한다면, 다른 양대 산맥이라 할만한 장식공예로는 '상감'이 있다. 상감이란 금속, 목재, 점토 등의 물건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속에 금, 은, 보석, 자개 등을 박아 넣는 기법을 말한다. 물론 대부분 전통 공예품들은 상감을 한 후에도 옻칠로 마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두 기법은 동양의 공예품 대부분에서 볼 수 있다.

베이징에서 특히 유명한 상감은 '금칠상감'과 '화사상감'이 있다. 금칠상감(금칠양감, 金漆鑲嵌)은 말그대로 금으로 상감을 하는 것이다. 금으로 장식하는 것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베이징 금칠상감은 수천 년 동안 계승되어 왔다. 특히 원나라 시대부터 융성하여 황실에서 고급스러운 금칠상감 공예품을 생산했다.

물론 상감 기법은 한국에서도 많이 활용됐다. 고려청자는 상감기법을 활용해 만든 대표적인 한국의 공예품이다. 고려청자는 청초하고 소박한 문양과 색이 특징이며, 표면에 음각으로 조각하고 백토와 자토 등의 다른 색의 흙으로 메우고 다듬어 유약을 바르고 구워낸다.

반면 북경의 금칠상감은 중국 예술의 특징인 우아함과 화려함을 전형적으로 표현했다. 금칠상감의 기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창금(戗金)이다. 창금은 금으로 도금을 한다는 뜻으로 물건의 표면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고 금실 혹은 금 안료를 넣어 굳힌다.
 

드라마 여의전 캡처
호갑투 / 드라마 여의전 캡처

다양한 보석으로 장식하는 화사상감

화사상감(화사양감, 花絲鑲嵌)은 화양사(花樣絲)라고도 부르는데, 금칠상감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금뿐만 아니라 은, 옥, 거북의 등껍질, 구리, 보석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다. 이들 원료를 실로 만들어 새기거나, 상감뿐만 아니라 일정하게 말아 꼬아서 직접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화사상감은 가구, 장식품, 병풍, 그릇 등 다양한 물건을 장식한다.

굉장히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고 디자인도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디자인, 실제 제작과 완성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화사상감 작품들의 화려함과 정교함을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가 대번에 납득이 된다.

청나라 후궁들이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 씌운 '호갑투(護甲套)'도 화사상감으로 장식된 대표 작품이다. 호갑투는 중국 드라마 여의전에 등장하여 많이 알려졌는데, 당시 여인들은 손톱을 자르지 않고 길렀고, 손톱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호갑투는 황실의 여인들이 사용하는 만큼, 아주 아름답게 장식됐다.
 

원나라 시대에 제작된 척묵고사도당합 / 위키피디아
원나라 시대에 제작된 척묵고사도당합 / 위키피디아

옻칠과 상감은 동양을 대표하는 장식공예이며, 동양에서도 나라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동아시아 문화를 선도해온 중국의 옻칠과 상감 역시 중국만의 고유한 기법인 조칠과 금칠상감, 화사상감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상감과 옻칠을 중국에서는 다시 새롭고 독창적인 것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조칠과 상감의 그 표현은 너무나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특히 조칠 조각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눈이 갔는데, 정말 손으로 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교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의 아름다움이면 중원 대륙의 중심인 북경 황실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연경팔절에 이름을 올린 것은 결코 이견이 있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전통공예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많다. 서로 많은 것을 교류하고 받아들였지만, 또 각자의 환경에 맞춰 다시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러한 열린 자세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세 나라의 교류와 개방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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