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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환경을 말하는 가구' -각도와 커브 목공방, 정헌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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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환경을 말하는 가구' -각도와 커브 목공방, 정헌진 작가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0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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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가구는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소파, 의자, 테이블 등 어떤 것 하나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가구는 종류와 배치에 따라 집안의 전체적인 느낌도 좌우할 수 있다. 가구는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을 가꾸고 일상 속의 분위기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구 공방, '각도와 커브'를 운영하는 정헌진 작가는 가구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디자인을 접목한 공예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에 밀접한 가구가 단순히 빠르게 소비되고 바꾸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서 자리잡기를 원한다.

친환경적이지만, 가격도 너무 비싸지 않고, 잘 어울리는 그런 가구를 찾고 싶다면 그것은 욕심일까? 하지만 정헌진 작가는 그런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스스로를 정커브라 부르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최적의 각도와 커브를 조합한 가구를 선보이고 싶어 한다. 그에게 가구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각도와 커브 정헌진 작가 / 유니언플레이스
각도와 커브 정헌진 작가 / 유니언플레이스

각도와 커브 및 작가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각도와 커브'라는 이름의 디자인 목공방을 운영하는 정커브(정헌진)입니다. 라왕 원목과 합판을 이용해 저만의 색깔을 담은 수납장, 의자, 벤치, 테이블 등 다양한 가구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구 디자인 제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과정에 대해

원래는 오랫동안 무역회사에서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정이 생겨 회사를 나왔는데, 이제는 남의 밑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주도적으로 나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전 제품을 오래 만지다 보니 좀 더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물건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알아보다가 나무가 주는 물성의 매력에 빠져 틈틈이 취미로 목공을 배웠어요. 그리고 이것을 업으로 삼아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목조주택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일을 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차 널리 사용되고 적당한 크기를 가진 가구 쪽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렇게 수도권에 올라와서는 직업훈련으로 기초적인 가구를 배웠어요. 하지만 취업보다는 처음부터 나만의 브랜드를 내건 창업을 하려는 뜻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분당에 있는 유명한 목공 아카데미에 가서 1년간 전문적인 가구 목수 기술을 배웠고, 이것을 바탕으로 '각도와 커브' 공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가구 / 유니언플레이스
나무가 주는 물성 / 유니언플레이스

작가님이 느낀 목재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목재는 다른 소재들과 비교하면 가공이 쉬운 소재에요. 다른 소재를 다루는 공예가들도 목공예 디자인을 할 줄 아는 경우가 많아요.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목제품으로 미리 만들어보면 도움이 되거든요. 이렇게 보면 내가 원하는 것, 상상하는 것을 구현하기에는 나무만 한 것이 없습니다. 또한 나무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성질과 향취 그리고 촉감, 무늬가 있잖아요. 이러한 다양한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각도와 커브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이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공방 이름을 정하기 위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라는 책을 읽었는데, 제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라는 가구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 작가는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느껴지는 각도와 커브를 성공적으로 조합시켰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1999년 Air-Chair라는 의자를 만들고 나서 나온 겁니다. Air-chair는 대량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아주 편안한 디자인이어서 혁신을 불러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최적의 각도와 커브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삼아야 하는 철칙이기도 해요.

원래는 각도와 곡선으로 번역할 수도 있는데, 번역하신 분께서 참 맛깔나게 번역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눈에 확 들어왔어요. 이 말 하나가 가구의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철학을 짧으면서도, 아주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거다 싶어 공방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작업장 내부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작업장 내부, 수많은 나무와 가구, 공구들이 작가의 일상과 함께함을 보여준다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가구는 만드는 작가와 제품마다 저마다의 기능과 조형미가 있습니다 제스퍼 모리슨의 한마디를 넘어 각도와 커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구라는 것이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너무 비싼 것을 사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싸구려를 사자니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중하게 골라야 하죠. 저는 가장 적합한 각도와 커브를 조합한 좋은 가구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어요. 하지만 가격도 고려해야 하므로 소재를 신중히 고민했죠.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라왕이에요. 라왕은 동남아시아에 자라는 나무예요. 인테리어, 건축과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해요. 내구성도 뛰어나고, 특유의 자연적이고 진한 색감도 매력적이죠 거기다 가격도 적당해서 저의 뜻과 알맞은 원목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E0 등급 이상의 친환경 합판도 찾았어요. 예전에는 합판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공법이 좋아져서, 오히려 합판이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는 CNC 같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엄청 현란한 가구는 할 수 없어요.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로 가장 심플하면서도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을 만들 수는 없을까 많은 고민을 해왔어요. 단순한 도형들과 선과 직선, 곡선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요.

제가 만드는 가구는 정적이고 구형적인 느낌의 것들을 사용해요. 그럼으로써 더 편안하게 느끼는 가구를 만들려고 해요. 조금 투박해 보일지 몰라도 둥글둥글한 느낌과 곡선을 애용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심플하며, 직관적으로 봐도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느끼고 사용할만한 것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가구를 제작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저는 목공을 배울 때에 디자인을 가장 중점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사실 틈 없이 정교하게 가구를 만드는 것은 수십 년 경력의 목수들이 뛰어나요. 계속 노력해야겠지만 경험이 짧은 제가 그러한 부분을 당장 따라가기는 힘들겠죠. 아까 목공의 매력이 원하는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가구는 만드는 것보다는 디자인을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목공이 더 재밌고 폭이 넓어지고 여러 기발한 제품이 나와요. 그리고 디자인을 잘하려면 계속 관찰해야 해요. 나의 니즈, 다른 사람이 원하는 니즈를 모두 파악하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생기면 항상 메모해놓습니다. 그다음에는 좀 더 그림으로 구체화하고 그리고 그걸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다시 문제점을 파악한 후에 시제품으로 탄생시킵니다.
 

플라워 프린팅 의자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플라워 프린팅 의자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빌리 마튼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수납 벤치 Billie (빌리)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영감의 원천이 음악과 여행중 만난 열정적 색감과 자연물이 주는 본질적인 물성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음악과 여행 속에서 영감을 얻고 늘 이 가구가 어떠한 장소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추상적인 상상을 합니다. 작년에 제가 태국 치앙마이를 갔다 왔는데요. 여기서도 라왕 등 다양한 열대 지방 목재를 봤어요. 적절한 조화를 통해 라왕 특유의 짙은 갈색을 잘 전달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요즘 만드는 플라워 프린팅 가구도 치앙마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꽃을 통해 편안하고 휴양지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랜 취미로 젬베와 기타 연주를 합니다. 또 인디, 레게 음악과 아프리칸 뮤직, 어쿠스틱 음악도 좋아합니다. 항상 듣는 이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저의 모든 작업물에 투영되어 영감이 돼줍니다. 실제로 작품을 구상하며 들었던 음악의 가수나 노래 제목을 작품명으로 쓰기도 합니다. 제 작품 중에 빌리라는 이름의 수납 벤치가 있습니다. 영국 가수인 빌리 마튼(Billie Marten)의 노래를 들으면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땄습니다.


각도와 커브에서 가구를 만드는 'half ready-made' 및 'domino joinery system'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일단 저는 제 스스로를 목수라기보다는 디자인 공예가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고객의 요구에만 맞춘 주문생산방식(오더 베이스) 제작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의 색깔을 녹인 제 나름대로의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고객과 소통하는 부분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찾은 것이 '하프 레디 메이드 방식'이에요.

하프 레디 메이드 방식은 디자이너로서 제가 디자인한 것을 선보이고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제안받아 커스텀해서 만드는 거예요. 테이블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하판은 제작을 미리 하지만, 상판은 이러한 저의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작의 효율성도 높이고 단가도 줄일 수 있어요. 나름대로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죠.

그리고 '도미노 조이너리 시스템'은 독일의 Festool이라는 회사가 만드는 도미노 기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구멍을 뚫어서 조립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가구는 못을 치는 것보다는 목재와 목재를 본드를 붙이거나, 홈으로 끼워 맞추는 짜맞춤을 많이 쓰는데, 이 기계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견고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라왕 / 유니언플레이스
라왕 / 유니언플레이스

제품들 대부분이 원목 색깔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듯합니다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은 나무의 결을 죽이고 덮어버려요. 화려한 색깔로 치장하는 것보다 나무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테인이라는 염료를 사용해요. 스테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라왕 원목의 특징을 설명드릴게요. 라왕이 단점이 있다면 너무 색이 제각각이라는 거예요. 하얀 것, 빨간 것, 노란 것 다 있어요. 목재상들은 자기들끼리는 백라왕, 황라왕 등등 명칭을 구분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판매는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라왕의 색깔을 안료로 색을 잡아줘야 해요. 처음에는 수성 스테인을 썼어요. 이것은 건조가 빠르고 생산성이 좋지만 색이 잘 까집니다. 수성 스테인은 나무 겉에 도막을 생성하는데, 스크래치가 나면 라왕 색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일 스테인으로 바꿨어요. 천연 오일에 색깔 있는 안료를 넣어 만든 것입니다. 오일 스테인은 도막이 형성되지 않고 색은 조금 옅게 나오지만, 오히려 나무의 색감과 질감을 더 잘 살릴 수 있습니다. 나무 자체에 스며들기 때문에 흠집이 나도 티가 잘 안 나요. 또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안전해요. 단가가 조금 높긴 하지만 환경에 좋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색을 쓰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방법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페인트는 제가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목공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연구해보고 앞으로도 사용해볼 예정입니다.

 

단청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단청 테이블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의자 중에 전통 결구법 기법을 사용한 제품이 있습니다 전통 한국의 소목 가구 등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모든 것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북유럽 가구 등 서양의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전통에도 관심이 있어요. 현재까지 하고 있는 것은 제가 직접 배운다기보다는 다른 작가님과 콜라보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단청 작가님과 콜라보 해서 단청 테이블도 만들어 봤습니다.

이외에도 옻칠, 자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요. 사실 전통 결구법으로 만든 제품은 아주 복잡한 방법은 아니에요. 복잡한 것은 작품으로 가야 하고 가격도 달라요. 저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요. 작품도 틈틈이 따로 하고 싶지만 더 쉽게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중요해요.

글로벌 사회라고 하지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전통 소재는 충분히 아름답고 분명 해외에도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는 해외 시장도 노릴 생각이기 때문에 전통을 더 쉽게 아름답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가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목재는 소재 자체가 금속이나 플라스틱보다 무르다는 단점이 있어 여러 가지 상황에 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구 위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코스터를 이용해 마시면 좋아요. 그 밖에도 강한 열과 뜨거운 것, 습기 등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시중에서 파는 만 원 정도 하는 목재용 오일을 얇게 펴 발라주면 아주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만 발라줘도 충분하고 오일을 바를수록 나무가 생기를 다시 찾게 됩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 안에 숨겨진 향이 오일을 만나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정헌진
테이블과 스툴 / 정헌진

‘각도와 커브는 느리게 만들어지고 느리게 소비되며 느리게 버려지는 물건을 지향합니다', '상품의 생명주기와 물건의 순환을 고민한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를 고민하게 된 계기와 해답은 무엇인가요

예전에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저자가 디자이너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디자이너는 무조건 제품을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요즘 환경 문제가 화두잖아요. 그래서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나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자 합니다.

제 가구는 쉽게 버려지지 않고, 느리게, 오랫동안 쓰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느리게 만들고 있어요.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서는 나오기 힘든 질리지 않는 디자인, 애정을 둘 수 있는 그런 것, 그리고 버려진 이후에도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순환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계획에 해답을 가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고민 중이고 모든 디자이너의 숙제에요. 요즘은 과학 기술이 좋아서 친환경 신소재도 나왔지만 일반인들이 그런 것을 쓰기에는 아직 비싸죠. 일단 저는 현실을 고려한 당장의 대책으로 소비문화를 바꿔보려 합니다. 튼튼하고 어딘가가 조금 망가지더라도 계속 고쳐 쓸 수 있고, 오히려 세월이 녹아 나와 빈티지해져 계속 대물림될 수 있는 그런 가구 말입니다.

수익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가구를 빨리 소모되게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사게 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낼까요. 저의 철학은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지향적이고 선진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내가 앉는 이 의자가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정헌진
케렌시아 / 정헌진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인해 수많은 국내 중소가구업체가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가구산업 현주소는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도 일단 이케아를 많이 써봤고, 좋아합니다. 세계적인 기업이잖아요.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케아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가구 '공장'이지, '공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둘의 타깃이 다르거든요. 공방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부분도 있어요. 이케아 이후 가구 DIY의 인기가 올라갔고 사람들이 공장 제품이 아닌 더 개성 있고 독특한 가구를 찾게 됐거든요.

이케아 제품이라고 무조건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다른 가구가 메꿔줄 수 있고 더 다양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케아라는 공룡이 들어온 이 현실 속에서 더욱 나만의 디자인, 즉 '아이덴티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의 증가에 따라 가구 디자인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각도와 커브의 제품은 1인 또는 2인에 집중하는 듯 합니다 어떠한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 하는지 그것을 통해 전해주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네 제가 주로 만드는 제품은 1, 2인용의 작은 가구들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만드는 이유는 큰 가구는 지하에 있는 저희 공방 위치상 밖으로 내보내기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웃음) 농담이고요. 사실 저도 오랫동안 자취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1인 가구의 필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집중하는 중점과 가치는 바로 케렌시아(Querencia)입니다. 경쟁 시대에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이 집에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합니다. 제 작품 중, '홈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 스테이션'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었어요. 집에서 커피 드립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그런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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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바리스타를 위한 커피 스테이션_ Baristo / 정헌진

말씀처럼 요즘 DIY 목공예를 취미로 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나 꿀팁이 있다면

근처 목공방에서도 직접 배워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접 집에서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집 베란다에 작업대를 만들고 수공구도 직접 구입하면 생각보다 꽤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어요. 가격도 그렇게 부담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를 봐도 쉽게 목공예를 배울 수 있어요.

무조건 저나 누구의 목공 수업을 들어봐라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보다는 일단 목공과 친해지고 자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 그러려면 집에서도 익숙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앞으로 이러한 '홈' 목공예를 돕기 위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작업대 가구도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혁신을 불러온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가 많습니다 작가님이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디자이너가 있는지

핀 율, 한스 베그너 뭐 이런 분들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주변 평범한 수많은 가구 디자이너들도 좋아하고 영감을 받아요. 국내외와 무명과 유명을 떠나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배울 점이 각각 있어요. 하지만 굳이 이름있는 분을 꼽자면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Philippe Patrick Starck)입니다. 그 사람이 만든 제품 자체도 뛰어나지만, 일단 마케팅 능력이 너무 뛰어납니다. 마케팅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하고 참고하고 있습니다.


각도와 커브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길과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싶은 이미지는 첫 번째는 편안한 가구고요, 두 번째는 SNS에 찍어서 자랑하고 싶은 그런 매력적인 가구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행을 타지 않는 가구예요. 유행에 뒤져 사랑은 조금 덜 받는 때가 있더라도 꾸준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가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를 정커브라 부르고 있는데, 뜻을 함께할 각도님도 구하고 싶습니다. 든든한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저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사포질 / 유니언플레이스
오일칠 / 유니언플레이스

요즘은 DIY의 유행으로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조립해보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목공방이 생겨나, 각자 개성 있는 독특한 가구를 만들고 있어 이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도와 커브에서 만드는 짙은 갈색의 묘한 매력을 주는 라왕 가구들도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가구는 우리 삶에 밀접하지만, 그러한 가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헌진 작가의 철학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가구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소모하고 버리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우리에게 다양한 가치를 전달해 수 있는 것이다.

가구는 며칠 쓰고 말 그런 물건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나의 일상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휴식터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구이다. 그렇기에 가구에 좀 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한 번쯤은 공장에서 만든 평범한 가구가 아닌, 좀 더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것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위 인터뷰는 핸드메이커와 도시문화 기업 유니언플레이스가 함께 기획 취재한 내용으로 컬쳐 매거진 유니언스튜디오 에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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