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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황실의 공예, 연경팔절 ②] 중국 황실을 대표하는 '조각'과 '직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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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황실의 공예, 연경팔절 ②] 중국 황실을 대표하는 '조각'과 '직물'은?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6.2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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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디 귀한 옥과 상아 조각품 그리고 중국 최고의 금손이 만드는 경수와 궁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실내와 야외를 막론하고 흔하게 세워져 있는 조각상, 다양한 조각 공예품, 고풍스럽게 건물에 올려져 장식된 조각 장식 등 유럽에서는 조각을 흔히 볼 수 있다. 재료를 깎아 모양을 만드는 조각 공예는 유럽에서 아주 일상적인 예술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어떤 조각이 있을까?

유럽과 비교한다면 중국의 조각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찾아보면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또한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색이 있다. 중국에서 조각으로 만드는 공예품과 예술품으로는 불상, 석굴, 식기, 인장, 장신구 등이 있다. 그리고 이들 작품은 불교적 색채와 독특한 동양적 예술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중국 조각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조각이 있다. 바로 '옥조각'과 '상아조각'이다. 이들 두 조각은 중국의 오랜 수도, '베이징' 황실의 공예를 대표하는 연경팔절(燕京八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옥과 상아는 다른 어떠한 재료보다도 귀했다. 또한 영롱한 빛깔과 광택 등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어 황제의 궁에서만 활용되었다.
 

원나라 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옥 허리띠 / 위키피디아
원나라 때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옥 허리띠 / 위키피디아

동양의 가장 진귀한 보석이었던 옥을 조각하다

옥(玉)은 동양에서 예로부터 군자의 다섯 가지 덕인 오덕(五德)과 견주어졌던 귀한 보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왕실에서 이 옥을 그릇(옥기), 장신구(옥패), 인장(옥새) 등 여러 의례용, 제례용,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 궁궐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옥 장신구는 '옥조(玉雕)'라고 하여 동양에서 가장 뛰어난 기예와 웅장함을 자랑한다.

중국의 옥조는 이미 신석기시대에도 옥으로 만든 공구가 발견되어 굉장히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상·주나라 시대에는 황실이 애용하는 상징적인 보석이 되었고, 황제는 가장 뛰어난 장인을 시켜 이 옥으로 물건을 만들도록 했다. 장인은 옥 자체의 색과 형태를 자연스럽게 살리면서, 더욱 세련되고 아름다운 표현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옥은 연옥·백옥·황옥·벽옥·경옥(비취) 등 종류에 따라 색깔과 광택이 다양하다. 따라서 옥조각도 이들 다양한 옥을 각각 선별하여 알맞은 표현과 작품으로 만든다. 큰 기물과 장신구를 주로 만들었는데 큰 기물은 인물, 꽃, 새와 여러 짐승, 기구, 자연 등을 조각하여 표현했고 장신구는 귀고리, 반지, 인장, 허리띠 등을 만들었다.
 

대우치수대옥산 / 바이두
대우치수대옥산 / 바이두

위의 사진은 북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우치수대옥산(大禹治水大玉山)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청나라 건륭제 시절인 1787년에 감상용으로 제작되었으며, 높이가 무려 2.24m에 이른다. 작품은 전설의 왕인 우왕이 범람한 황하 강을 정비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인 대우치수를 옥으로 표현했다. 중국의 옥조각 중 가장 거대한 규모와 장엄하고 정교한 표현을 자랑한다.

 

상아 조각 / 위키피디아
상아 조각 / 위키피디아

궁정에서만 사용한 귀하디 귀한 상아 조각

상아도 중국에서 옥과 함께 귀하게 쓰인 재료이다. 어쩌면 옥보다도 더 귀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상아가 중국에 없어 인도 등지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원래는 코끼리가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나라 시대 이전에 대부분 밀렵으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아는 얻기가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고급 공예품과 종교 용품으로 제작됐다. 중국에서는 상아 조각품을 아조(牙雕)라고 불렀다. 상아는 중국 황가만이 사용한 재료이기 때문에, 상아를 가공해서 물건을 만들 때에 가능한 모든 기술과 예술적 기교가 동원되었다.

전국시대의 고분에는 이미 상아로 만든 빗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명나라와 청나라에서는 황궁 내에 상아 제작소를 두기도 했다. 중국의 아조는 인물, 꽃, 새 등의 문양을 섬세하게 조각하여 표현했다. 채색은 전통 동양화 안료를 이용해 중국 특유의 섬세하고 장엄한 풍격을 표현했다.

옥과 상아 조각은 많고 많은 중국의 조각 중에서도 황실에서만 사용했던 가장 아름다운 공예인 연경팔절의 자리에 유일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민간에서 감히 엄두도 못 내었던 귀한 재료였기 때문일까? 현재 상아는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세계 상아의 대부분이 중국인에게 팔리고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코끼리 밀렵이 성행하고 있으며,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수 작품 / 纪实中国 유튜브 캡처
경수 작품 / 纪实中国 유튜브 캡처

중국의 웅장함을 수를 놓아 표현한 경수

손으로 직물에 수를 놓아 장식해 의류와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자수라고 한다. 자수는 나라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프랑스의 프랑스자수, 한국의 규방공예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어떤 자수가 있을까? 바로 연경팔절에 속하는 베이징 자수인 '경수(京繡)'가 있다.

경수는 소주(苏), 후난(湘), 광동(粤)의 자수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사대명수(四大名绣)'라 불린다. 오랫동안 이 자수는 한족의 전통 공예로 전해 내려왔지만,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서도 번영했다. 베이징 궁정에서 점차 민간으로까지 흘러들어가 퍼질 정도였다. 2014년에는 중국에서 제4차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한국의 국가무형문화재)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수는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상서로운 문양과 정교한 바느질 등의 특징이 있다. 비단 등의 천에 금실, 은실 등의 실의 배합을 화려하게 짠다. 그리고 진주와 조개껍질 등을 함께 장식한다. 경수는 한 땀 한 땀 섬세한 공정을 거쳐 오랫동안 작업해야 하므로 숙련된 장인이 담당했고, 장인 한 명이 끝까지 모든 것을 맡아 완성해야 했다.

경수에 자주 사용된 색깔인 노란색은 고귀함·길함, 붉은색은 행운·다산·복, 파란색은 건강을 상징한다. 그리고 도안은 오조금룡, 산수화조, 비금주수, 길상팔보 등을 사용했다. 이들 색깔과 도안은 황제와 황후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민간에서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벽담 / 위키피디아
벽담 / 위키피디아

중국에도 양탄자가 있다?

보통 양탄자라고 하면 중동의 이슬람교도나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 사용한 깔개와 벽 장식 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디즈니의 만화 영화, 알라딘에서 주인공이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중동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양탄자 작품이 있다.

궁담(宫毯)은 중국의 전통 양탄자 작품을 말한다. 원래는 톈진의 닝허 지방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때에는 직담(织毯)이라고도 불렸다. 이 직담은 중동 지방 등 서역의 양탄자에서 영향을 받았고 이를 중국의 특색으로 맞춰 새롭게 발전시켰다.

직담을 만드는 재료는 양모 또는 비단 견사를 사용한다. 이 실들을 배틀에 매듭을 지어가며 하나하나 짜낸다. 그리고 천연염료로 다양한 색깔을 물들여 염색하여 문양을 표현한다. 종류는 사용 목적에 따라 나누는데, 바닥에 까는 깔개 용인 지담(壁毯), 벽걸이 용인 벽담(壁毯), 침상 용인 와담(卧毯) 등이 있었다.

직담은 대외교류가 활발했던 원나라 시대 때부터 황가에서 애용하기 시작했고, 북경 궁정의 대표 수공예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명칭도 궁담으로 불리게 됐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는 베이징 궁궐에서 관영 기구를 설치해 직접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했다. 청나라 멸망 이후에도 꾸준히 베이징에서 생산되었고 공장을 설립하여 해외에 수출되기도 했다.

연경팔절의 기예가 담긴 작품들은 현재에도 굉장히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옥 조각과 상아 조각의 경우에는 이미 그 재료 자체가 비싸지 않을 수가 없지만, 당대 최고의 장인의 손 기술과 표현이 들어갔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중국인들에게 이들 작품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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