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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고용보험 적용 논란, '예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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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고용보험 적용 논란, '예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5.2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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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기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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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개인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A씨는 코로나 19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 계약과 판매가 끊긴 것은 물론 예정된 전시도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실업급여 같은 것도 받을 수 없다. 생계가 막막했던 A씨는 결국 예술 활동을 중단하고 새벽에 택배 배송 일을 시작했다.

정부가 이같이 코로나 19로 생계가 어려워짐은 물론 그동안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새롭게 추가하는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5월 20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예술인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보험 혜택으로 숨통이 트이게 된 예술인들

예술인 복지 개선의 논의는 생각보다 길다. 2008년 이미 예술인복지법이 발의된 바 있고,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4년부터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유관기관 특별협의회'를 구성해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오랜 노력이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대다수 예술인들은 임금 노동자가 아니었기에 고용보험, 실업급여는 물론 출산전후급여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술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안 그래도 대부분 수입이 영세했던 예술가들이 그나마 있었던 일거리마저 끊긴 것은 사망 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된 대상은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예술활동증명서를 발급받고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자유계약(프리랜서), 1개월 미만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단기 예술인을 포함하는 예술인이다. 다만 65세 이상 및 일종 소득 미만 예술인은 가입이 제한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24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 9개월을 충족해야 한다. 임금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한 해고, 피보험자의 자발적 이직 등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 지급 수준은 기초일액(이직 전 12개월간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된 보수총액을 해당기간 일수로 나눈 금액)의 60%이다. 하한액은 고용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 보수의 60%이다.

한편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피보험기간과 연령에 따라 120일부터 270일까지이다. 이는 임금근로자와 동일하다. 아울러 근로자의 출산전후 휴가급여에 준하는 출산전후급여도 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로 결성된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예술인 고용보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 문화예술노동연대
문화예술인들로 결성된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예술인 고용보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 문화예술노동연대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과 계속되는 논란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술인 피보험자에 대한 구직급여 요견인 피보험 단위 기간을 9개월 이상으로 규정한 것 때문이다. 몇몇 예술 분야는 단기 근로가 많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 또한 예술계 업체들 역시도 영세 업체가 많아 보험료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1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당장 생계가 급한 예술인들에게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9개월이기 때문에 문화예술계 실업급여 수급자는 내년 9월부터 생기게 된다. 사실 이것도 당초보다 6개월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길다.

또한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빠져있어 형평성 문제와 오히려 장기적으로 예술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노동연대 측에서 오히려 특례 적용이 문제라면서 이 법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의 당사자가 오히려 반대한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연대 관계자는 "예술인 집단을 따로 묶어 혜택을 주겠다는 특례는 오히려 나중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그 화살을 다 받아야 된다. 특례로 빠진 것은 근로자 정의 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상 예술인을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상정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예술인들을 오히려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와 함께 근로자 정의 조항에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2018년에 실제로 한정애 의원의 개정안은 특수고용직과 문화예술인을 함께 근로자 범위로 넓히는 안이었으나 현재는 그러한 내용이 빠져 퇴보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결국 무산돼

한편 20일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을 보류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도록 규정하기 위한 법이다. 구체적으로 예술인에 대한 성범죄 등을 문체부 장관이 직접 판단하여 관계 기관에 구제 및 재정 지원 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반대하여 통과가 무산됐다. 그 이유로는 예술인 관계 기관의 정의와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입법 취지는 공감하나 심도 있는 검증을 통해 수정 의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적절하게 문제를 반영하여 해결할 수 있음을 계속해서 피력했다. 특히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예술인의 복지를 위해 도와달라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예술인들은 법안 통과 불발을 우려하여 18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등 단체들이 함께 공동성명을 내어 문화예술인의 피해를 각 당이 정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법안은 21대 국회로 바톤이 넘어가게 되었다.

 

국회의사당 / 위키피디아
국회의사당 / 위키피디아

문화예술은 국격, 사각지대 놓인 종사자 포용해야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연내에 9개 특수고용직까지 대상을 넓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점이다. 이들 9개 특수고용직은 약 77만 명 수준으로 전체적인 270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전국민 고용보험'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덴마크와 프랑스, 핀란드의 경우에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까지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한다. 특히 예술가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프랑스는 비정규직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앵테르미탕(INTERMITTENT)'이라는 독특한 고용보험 제도를 운영한다. 이 제도는 작품 활동이 끝난 예술인에게 일정 기간 실업급여를 준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봉쇄령을 내린 이후로 예술인들이 앵테르미탕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자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화예술인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3개월간 매달 5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통 크고 발 빠른 대응이라 볼 수 있다.

예술활동이 증명되어 고용보험이 적용될 예술인(문학, 미술(일반, 디자인공예, 전통미술), 사진, 건축, 무용, 음악, 연극, 영화, 연예(방송, 공연), 만화)들은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수입이 100만 이하이며 57.4%가 전업 예술인이고, 전업 예술인 중에는 프리랜서 비율이 76%였다.

문화예술인은 오랜 작업시간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만 혹은 당일 공연만 인정받는 사실상 초단기 계약이 대부분이며 수입도 매우 열악하다. 아무리 예술이 배고프다고 하지만, 문화예술은 그 나라의 정체성이자 국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금노동자 중심의 단순한 근로자 보호 시스템을 고수하며 이들 중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외면한다.

고(故)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숨지면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지도 벌써 9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걸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개정안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어쩌면 고용보험법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만큼, 거시적 논의와 개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계약으로 임금을 받는 사람만이 아닌 문화예술인을 포함해 소득을 얻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의는 정치권의 정쟁에 밀려나 너무나 지지부진해왔다. 21대 국회에서는 협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끌어갈 문화예술인의 여건을 좀 더 깊이 생각하는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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