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1-28 20:00 (토)
국보 도자기의 국적 논란··· 46년 만에 국보지위 박탈된다
상태바
국보 도자기의 국적 논란··· 46년 만에 국보지위 박탈된다
  • 최상혁 기자
  • 승인 2020.04.29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자기의 형태, 안료, 문양 등을 볼 때 14세기 원나라의 것으로 추정···
30일의 예고 기간을 거친 후 국보 취소 예정, 세번째 사례될까?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제공

[핸드메이커 최상혁 기자] 문화재청이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을 가치 재검토를 거쳐 국보 해제를 예고하였다.

‘백자 동화매국문 병(白磁 銅畵梅菊文 甁)’은 그동안 국보로서 위상과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1974년 국보로 지정된 이 도자기는높이 21.4m, 입지름 4.9㎝, 밑지름 7.2㎝이다. 원래는 예전 구(舊) 덕수궁 미술관 창고 속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이 덕수궁미술관을 병합하여 새롭게 개관하면서 도자기도 함께 공개되었다.

도자기 병 입구 가장자리는 밖으로 벌어져 있다. 목과 어깨. 몸체 세부분에 2줄의 선을 둘러졌고, 목과 어깨 사이에는 파초잎이 그려졌다. 어깨와 몸통 앞뒤로는 매화와 국화무늬를 가로로 길게 그려졌다. 그림은 붉은 빛을 내는 구리계 광물인 진사(辰砂)를 안료로 사용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선 전기의 진사 백자는 유일한 사례이며,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형태가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차츰 이 도자기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봤다. 특히 2018년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국보 제168호에 대한 생산지(국적), 작품 수준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의가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중국과 한국도자사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4월 9일에 열린 제2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 끝에 다음과 같은 사유로 해제가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나라 백자 유리홍병 / 문화재청
원나라 백자 유리홍병 / 문화재청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우리나라 것이 아닌 이유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진사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조선 전기 백자에 이처럼 진사를 안료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이 병과 비슷한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유리홍(釉裏紅)이다.

원나라 경덕진에서 시작된 유리홍은 도자기 유약 밑의 밑그림의 일종이다. 특히 유리홍에는 진사를 많이 사용했는데, 진사는 환원염에 의해 홍색이 더욱 강해져서 유리홍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지정 당시에는 기형 등으로 보아 조선 전기 15세기로 추정되며, 당시에는 유일한 진사 작품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확인된 유물과 연구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는 백자에 이러한 안료로 장식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도자기의 기형과 크기, 기법, 문양등이 유리홍과 유사하다고 보아 중국 원나라 14세기 작품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의 진사를 비롯한 산화동 안료를 사용한 것은 고려의 경우 13~14세기 경 일부 유물에서 문양으로 쓰인 예가 확인된다. 하지만 붉은 색을 조선왕조에서 그리 선호하지 않았고, 진사 광물이 조선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후로는 쓰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조선 후기부터 근대기인 18~20세기 초반 제작 백자에서 일부가 확인되고 있다.
 

진사 / 위키피디아
진사 / 위키피디아

국보로서는 결격사유 많아··· 세번째 국보 지정 취소될까?

물론 현행 「문화재보호법」지정 기준에 의하면 외국문화재일지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진다. 작품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이라는 국보 지정 기준에 미흡할 뿐 아니라 국보로서 위상에도 부합된다고 보기 어려워 해제가 타당하다고 보았다. 만약 백자 동화매국문 병이 국보 지위를 잃게 되면, 국보 제168호는 영구결번이 되며, 이러한 사례는 세번째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1992년 발견된 귀함별황자총통인데, 국보 제274호로 지정됐다. 새겨진 명문을 통해 이 총통이 당시 거북선에 새겨진 것이라 알려져 국보가 됐다. 하지만 1996년에 다시 가짜로 밝혀져 지정해제되었다. 두번째는 조선 태종 때 발급한 공신녹권인 ‘이형 원종공신녹권부함’이다. 1993년 처음 발견되고 국보 278호로 지정됐는데, 2006년 더 높은 등급의 '정공식녹권'이 발견되면서, 2010년에 자연스럽게 보물로 강등됐다.

문화재청은 국보 해제가 예고된 「백자 동화매국문 병」을 국보 해제를 예고했고, 한편으로는 「장성 백양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총 3건에 대해서는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가질 예정이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또는 국보에서 해제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