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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해림을 꿈꾸다' - 해림海林 황지혜 도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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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해림을 꿈꾸다' - 해림海林 황지혜 도예작가
  • 윤미지 기자
  • 승인 2019.1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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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모든 게 딱딱하고 정형화되어 있는 틀에 들어맞아 있다고 느낄 때 한 번쯤 몽환적인 세계를 꿈꾼다. 해림의 작품은 관람객들을 수면 아래 깊은 심해 속으로 안내하며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로 이끈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각각 저만의 모양과 색감을 갖추고 있다. 도자 예술로 매끈하고 섬세한 표면을 표현해 내면서도 하나하나 다양한 질감을 뽐낸다. 그것은 마치 10년 동안 쭉 고집해 온 심해에 대한 황지혜 작가의 다채로운 고찰과도 같다.
 

해림 황지혜 작가/ 윤미지 기자
해림 황지혜 작가/ 윤미지 기자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바다 생명체를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는 도예가 황지혜입니다. 보통 작가분들이 여러 가지 주제를 통해서 작품을 구현하신다고 할 수 있다면 저는 한 가지 바다 생물이라는 주제로 10년이 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물론 그대로 바다 생물 자체를 재현하는 작업은 아니고(웃음) 바다 생물에 기반한 이미지를 모티브로 가져와서 그것을 재구성하고 여러 가지의 결합과 삭제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닷속의 신비로운 느낌과 도자가 주는 깔끔하고 매끈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져서 색다른 작업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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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림海林에 대해서

해림은 한자의 바다 해海, 수풀 림林의 합성어에요. 육지에서 나무들이 모여 식물 공동체인 숲을 이루듯이, 본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바다숲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바닷속 생명체들이 주는 신비롭고 우아한 이미지를 살려서 몽환적인 오브제를 주로 만들어 내고 있어요.


처음 바다 생물에 영감을 받은 계기

석사 때부터 쭉 이어진 작업이다 보니 꽤 긴 시간이에요. 많이들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궁금해하시는데 제일 처음에 바다 생명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릴 적 기억부터 시작을 해요.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함께 밤낚시를 간 적이 있었는데 날씨가 어둡다 보니까 사방이 다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죠. 물결이 반짝반짝 일렁이는데 그 검은 바다 물속을 바라보고 있다가 제 눈에 노란 물체가 하나 들어왔어요. 그 당시 어리다 보니까 저는 그게 외계 생명체인가 하고 생각을 했는데요. 커서 생각을 해보니까 반 투명하면서도 움직임이 자유로웠던 게 약간 해파리 같더라고요. 그 기억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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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활동에 대해

저는 바다생명체를 가시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상상으로 단순화, 변화, 왜곡, 강조, 생략, 결합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생명체를 형상화합니다. 초창기 작업은 아무래도 바다 생명체 이미지 훨씬 강해요. 유년기 시절의 기억을 기반해서 더 바다 생명체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지금의 작업 활동은 저를 그리고 제 작품 세계를 다듬어 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의 작품에서 특별한 점은 유약의 색입니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는 두 번의 굽기의 과정을 거치는데 저는 여러 번 굽는 편이에요. 대략 4번 정도의 굽는 과정을 거치는데 원하는 색을 찾기 위해서 번거로워도 여러 번 구워요. 가끔은 원하는 색이 쉽게 나오지 않기도 하는데 몽환적이면서도 심해 속의 신비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색 작업이 중심이 된답니다. 한가지의 색 안에서도 오묘하게 여러 가지의 색이 나올 수 있도록 유약을 중첩되게 시유를 하여 마블링 되는 효과를 주어 색을 찾아가는 편입니다.


도예의 매력

흙이라는 물성은 저에게 매우 매력적입니다. 흙은 유동적인 특성을 가지는 반면 섬세함이 필요하거든요. 또한 작업을 해 나갈 때 어떤 모습으로 완성이 됐을지 예측할 수 없는 흙의 변모 때문에 가마 문을 열 때마다 설레기도 해요. 단점이 있다면 파손이 쉬운 편이라서 신경 써서 다뤄줘야 해요.

예전에는 다른 소재에도 한 번씩 관심이 가곤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저에게 맞는 소재는 흙이라고 확신해요. 도자기는 만들어 낼 때 과정이 많이 필요한 편이에요. 일단 구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고 불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열을 가하면 또 달라져요.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있는 덕분에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구워 나올 때의 비주얼은 매번 색다른 결과를 내기도 하거든요. 가끔 작업을 쉬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매력 덕분에 다시금 흙을 만지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곤 해요.


한 가지 주제 작업에서 배우는 것

처음에 도예가로서 활동을 시작할 때 누군가가 내 작품을 보고 아, 황지혜 해림! 하고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많이 알아봐 주시기도 하지만 성격 자체도 뭔가를 해도 오래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거든요. 보통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면 과정이 들쑥날쑥하고 어떤 점에서는 그 과정을 통해 더 독특한 예술이 나오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약간 성실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한 작업을 오래 해 나가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찾아가는 활동이 참 재미있어요. 주제가 단편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해보는 편에 속하거든요. 한 가지 주제인 바다 생물을 통해서 작품 활동을 하지만 그것을 다양하게 표현해 보는 과정 중에서 제가 배우는 것, 얻는 것 또한 매우 많습니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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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림의 작품 감상 포인트

저의 작업은 바다 생명체를 모티브 motive로 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형상화하는 것에 있어요.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저의 작품은 다르게 해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저의 작품이 꼭 바다 생명체로 받아들여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들에게 감동과 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예가로서의 삶

저에게 있어 도예가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이라고 생각해요. 한결같은 지구력과 성실함 덕분에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어요. 제가 감히 예술가로서의 삶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개인 개성과 성향(패턴)에 따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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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았던 개인전

2015년 첫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첫 개인전을 통해 작가로서 한층 더 성장하고 스스로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해 은사님의 권유로 대한민국 도예공모전에 출품하게 되었고 대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그때 기억도 제 기억에 특별하게 남아 있어요.


신인 작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요즘은 예술가들을 위해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지던시, 파견 사업 등 많은 경험들을 해보고 도전해 보기를 바랍니다. 다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작품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문을 두드리다 보면 매번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연하게 열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의 각오

언뜻 한 가지 주제로 10년 넘게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그간 많이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앞으로 계획한 작업은 항상 색유를 사용해서 작품을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무유無釉느낌, 흙의 본성, 태토의 느낌을 강조하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흑토부터 백토까지 골고루 사용을 해서 산호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흙의 소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간 깔끔하고 미끈하게 떨어지는 도예 작업을 많이 했다면 이번엔 약간 러프하면서도 미니멀한 느낌을 살려 작업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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