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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ker의 가치 1부, '손은 진짜 현실로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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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Maker의 가치 1부, '손은 진짜 현실로 데려다 준다'
  • 이황 기자
  • 승인 2019.11.2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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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가 2년간 살았던 오두막을 복원한 것이다. 사진 오른쪽 아래는 소로우 동상 [출처- RhythmicQuietude at en.wikipedia]
소로우가 2년간 살았던 오두막을 복원한 것이다. 사진 오른쪽 아래는 소로우 동상 [출처- RhythmicQuietude at en.wikipedia]

[핸드메이커 이황 기자]

소로우, 삶의 본질을 묻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색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는 스물일곱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으로 갔다. 월든 호수를 둘러싼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생활하며 2년 남짓 한 시간을 자급자족하며 보냈다.

그가 고독한 삶을 택했던 까닭은 인생이란 무엇인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끝까지 캐묻고 몰아세워 진실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한 채 쉴 새 없이 노동을 하고 경제적으로 허덕이며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소로우가 오두막에 누워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생활을 하며 시간을 때운 것은 아니다. 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을 했다. 서툰 도끼질로 나무를 베고 대패질을 해서 오두막을 직접 짓고 굴뚝을 만들고 밭을 갈고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노동에 하루의 온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았다. 정말로 필요한 만큼만 일하며 간소하게 또 간소하게 살았다.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멋진 옷을 사 입는다거나 하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걱정은 그에게 있어서 별로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그는 노동을 하고 남는 많은 시간을 산책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보냈다. 당시 사람들은 소로우를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오늘날은 어떨까? 소로우가 숲에서 보낸 삶과 그에 대한 사색을 담은 책 『월든』은 현대인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물음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손이 할 일을 덜어간다

현대인들은 기술과 편리함에 길들어 있다. 글을 쓸 때도 타자기를 두들긴다. 연필을 직접 깎지 않는다. 음식은 밖에서 사 먹고 앱으로 주문하면 그만 그날 낚시해온 물고기로 요리해 먹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인들은 예전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소로우만큼 행복하느냐 하는 물음엔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손에 있다.

요즘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자연인들은 손을 많이 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나무를 갈라 만든 관을 이어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오거나 장작을 패야 하는 그 밖 여러 가지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이 자연인들에겐 현대인에게서 보이는 조급함과 불안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에 허덕여 하루하루를 급하게 보내고 자기를 찾기 위한 시간이 없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산속에 와서야 스스로가 누구이며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손을 써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면 해야 할 노동이 더 늘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고 우리의 삶을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다. 그것이 오히려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며 우리의 삶을 간소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삶과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 현대기술의 편리함에 길들어 내 몸과 손이 직접 부딪히는 현실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린 것이다. 소로우를 포함한 자연인들은 자기가 살 집을 스스로 지었다. 유명한 건축가가 와서 지어준 것도 아니고 콘크리트 성냥갑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도 아니다. 그들은 손수 집을 지었다. 요리도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먹는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엔 어떤 가치가 있다. 손으로 만든 무언가가 비록 뛰어난 예술작품이나 소비자들에게 잘 팔리는 공예품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희소한 것이다. 그 가치란 이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다는, 불필요한 것들 거둬내고 간소한 삶을 선택함으로써 노예의 삶을 벗어던지고 자립할 수 있다는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 정신이 없다면 그저 일만 많이 하는 고된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닌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을 경제적 효율을 잣대로 평가하고 결정하는 세계다. 환경을 파괴해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는 게 낫지 가마에서 장인이 구워낸 도자기를 쓰지는 않는다. 편리하고 돈이 되면 그만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품들이 경제적으로 훨씬 효율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HandMaker는 진짜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적 효율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이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의 몸이요 손이다. “Hand”다. 어쩌면 손을 쓰지 않고 기술의 편리함에 취해 있는 현대인들이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손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육체와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다. 우리가 손을 쓰며 그 손으로부터 전해오는 직접 감각을 느낄 때 스스로 살아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HandMaker"가 돼야 한다. 이 세상 속에서 자립할 수 있다는 나의 힘을 느끼고 살아 있음과 누군가의 노예가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손으로 만드는 것과 “HandMaker”의 가치에 대한 글을 이 글을 포함하여 모두 5부를 연재할 것이다. 손의 가치가 어떻게 삶과 현실의 감각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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