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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에 와인을 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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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에 와인을 따르다
  • 이황 기자
  • 승인 2019.11.1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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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출처-pixabay]
레드와인 [출처-pixabay]

[핸드메이커 이황 기자]

고급스러운 술, 와인

사람들은 와인을 보면 소주나 맥주처럼 술 게임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한 모금 우아하게 마시는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와인은 원래 과일로 만든 술을 모두 일컫는 말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통 포도로 만든 술, 즉 포도주를 의미하게 된다. 와인도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알코올발효를 거쳐 술이 된다. 미생물인 효모가 포도즙 속 포도당을 먹고서 에탄올(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와인 한 병을 얻기 위해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알코올발효를 그저 지켜보는 게 다일까? 아니다. 거기엔 인간의 노동력과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는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와인을 고급술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서양에 대한 환상과 동경 때문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와인은 손이 무척 많이 가는 술이다.
 

포도밭 [출처-pixabay]
포도밭 [출처-pixabay]

와인을 만들다.

먼저 질 좋은 포도를 재배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주로 재배하는 '피노 누아'라는 포도는 키워서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이 꽤 까다롭다. 피노 누아는 질병에 잘 걸리고 온도에 민감하다. 포도 잎이 서리에 얼거나 뜨거운 햇빛에 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기후와 토양 그리고 재배방법까지 모두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한다.

애써 포도를 수확했다면 이제 와인을 만들 차례다. 먼저 포도 줄기에서 포도 알을 떼어낸다. 그다음 포도 알을 발로 밟거나 압착 기계를 사용해서 즙을 짠다. 이 포도즙에는 포도껍질과 포도 씨가 그대로 섞여 있을 텐데 이때 포도껍질을 바로 제거하면 맑은 빛을 띠는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 있다. 청포도로만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는 말은 잘못된 상식이다.

반면 포도껍질과 씨를 일정 기간 포도즙 속에 내버려두면 포도껍질에서 붉은색이 배어나온다. 레드와인이 되는 것이다. 포도껍질에서 타닌이라는 성분이 나오기 때문에 레드와인은 떫은맛을 내게 된다.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포도껍질을 담가두면 화이트와 레드 중간 색깔을 띠는 로제와인이 된다.

화이트건 레드건 포도껍질과 씨를 제거하는 때가 다를 뿐 와인을 만들려면 모두 거둬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건더기 없는 포도즙에 효모를 넣고 밀폐된 용기에 보관한다. 거기서 알코올발효가 일어난다. 효모는 자신이 배출한 에탄올에 취해 죽게 되는데 그러면 알코올 발효가 끝난다. 술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술을 오크통에 부어 뚜껑을 닫고 숙성시키면 드디어 우리가 아는 완전한 와인이 된다.


제도가 와인을 관리한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려면 사람의 노동력과 더불어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하다. 와인의 고장 프랑스는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는 법률과 제도를 잘 갖춘 나라다.

프랑스 정부는 AOC 제도로 와인의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AOC는 지역 이름을 통제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부르고뉴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면 부르고뉴라는 지역 명칭을 와인라벨에 표기할 수 없다. 지방정부에서 법률로 규정한 포도재배방법이나 와인 알코올 도수 또는 제조 방법 그 밖 여러 가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파는 와인은 라벨을 보면 지역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만큼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로마네 콩티 [출처- 위키피디아, Arnaud 25]
로마네 콩티 [출처- 위키피디아, Arnaud 25]

지역이름이 그대로 술 이름이 된 로마네 콩티라는 와인도 있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코트 드 뉘 지역의 작은 밭 이름인데 이 밭에서 키운 피노 누아는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과 다른 독특한 향을 갖는다. 와인 애주가라면 개성이 강한 로마네 콩티를 한 번쯤은 꼭 마셔보고 싶을 것이다.


와인도 술잔에 부어 마시는 술이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구매와 관리를 책임지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한다. 이러한 전문 직업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와인은 공부하지 않으면 다가가기 어려운 술인 것만 같다.

실제로 와인은 생산 지역, 포도 품종, 제조 방식, 도수, 향, 맛, 빛깔 등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종류가 분류된다. 향만 보더라도 무려 46가지의 표현이 있다. 또한 식사 순서, 곁들이는 음식의 종류, 취향에 따라서도 정해져 있는 것이 많다. 굉장히 다양하며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와인은 오늘날에는 마치 하나의 학문과도 같아졌다.

하지만 어려워 말고 가볍게 마셔보자. 와인도 결국 나의 마음대로 소주잔에 졸졸 따라 마시면 그만이다. 유럽에서 물 대신 와인을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고위 계층 사람들만 마시는 그런 술이 아니다. 엄격한 AOC 기준을 통과한 로마네 콩티 와인만 고집하지 말고 원산지 표기도 없고 달달한 싸구려 와인부터 마셔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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