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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인간 대신 하늘을 날았던 장난감, '연(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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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인간 대신 하늘을 날았던 장난감, '연(鳶)'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10.3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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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인류는 오랫동안 하늘을 동경해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두려워하며 숭배하기도 했지만 새들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 비행기를 설계하기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1891년 릴리엔탈이 '글라인더'를 만들었고 1903년에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발명하게 된다. 이렇게 보니 우리 인류가 직접 하늘을 날게 된 것은 겨우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인간이 직접 하늘을 날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어떤 물건을 멀리 하늘로 띠우는 것은 오랫동안 행해졌다. 대표적인 물건으로 연(鳶)이 있다. 연날리기는 우리에게 널리 퍼진 전통적인 민속놀이이며 현재도 어린아이들이 야외에서 즐겨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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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피디아, Jon Sullivan

전세계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 '연'

연은 동아시아에서 크게 발전하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만들어진 물건이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400년 전에 당시 철학자, 플라톤의 친구이기도 했던 알투스가 연을 만들었으며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년 경,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개국공신이었던 한신이 군사적 목적으로 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의 등장은 조금 기록이 늦다. 삼국사기를 보면 647년인 선덕여왕 16년에 비담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김유신 장군이 연에 불을 붙이고 하늘에 띄워 반란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연은 일찍부터 신호를 보내거나 적의 동태를 살피는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외에도 연은 전통 민속놀이 혹은 풍속·종교적 의미로도 활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와 보름에 전국적으로 연을 날렸는데, 이때 연에 액(厄) 자를 썼다고 한다. 이는 액운을 널리 날려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연으로 상대의 연을 끊는 연싸움을 오랫동안 오락 스포츠로 즐겼다. 연을 끊기 위해 연실에 끈끈한 아교 혹은 구리 가루, 돌가루, 도자기 가루 등을 바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연실이 더욱 날카롭고 단단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강한 실을 갖춤과 동시에 연 조종을 능숙하게 잘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된다.

임진왜란 때에는 거대한 연인 비거(飛車)를 전라도 김제군 출신의 정평구란 사람이 발명했다고 한다. 이 비거는 1592년 당시 일본군에게 포위된 고성의 성주를 태우고 30리를 날았다고 한다. 하지만 비거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서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으며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 만들기와 종류

연을 만드는 재료는 나무와 종이이다. 나무는 가벼운 대나무를 사용하고 종이는 창호지를 주로 쓴다. 대나무로 살을 만들고 종이를 붙이는데 종이 중앙에는 공기구멍을 뚫는 것이 많다. 예전에는 접착제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명주실을 직접 꿰어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 연의 종류는 우리나라의 것만 알려진 것이 수십 여종으로 다양하다. 또한 만드는 사람의 취향대로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에는 더욱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전통 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방패연, 가오리연 등이 있다.
 

방패연 [출처- 위키피디아, pmau]
방패연 [출처- 위키피디아, pmau]

'방패연'은 좌우로 방향을 바꾸기 쉽고 견고하여 역학적으로 뛰어난 구조를 가지고 있다. 5개의 나무 댓살을 바탕으로 중앙에 구멍을 낸 네모의 창호지를 붙이고 실로 꿰매는데 가로 세로의 비례는 2대3, 연의 몸체는 15도 정도 젖혀야 한다. 하늘을 잘 날려면 비례와 각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가오리연 [출처-pixabay]
가오리연 [출처-pixabay]

꼬빡연이라고도 부르는 '가오리연'은 종이를 정방형이나 마름모로 재단하고 뒷면 가운데에 중살을 붙인 다음, 허릿살을 양쪽 모서리 끝으로 휘어서 댓살을 세운 채로 붙이고 모서리 종이로 싸바른다. 종이와 댓살 사이가 뜨는 곳은 풀바른 종이 조각을 바른다. 뼈대 붙이기가 끝나면 앞면에 색을 칠하거나 색종이를 오려 붙여 장식한다.

연을 높히 날리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연실을 감는 얼레도 있어야 한다. 얼레는 나무로 만드는데 여러 나무기둥을 짜맞추고 가운데에 하나의 나무기둥을 박는다. 손잡이를 두르는 기둥 수에 따라 두개짜리 납작얼레와 4모, 6모, 8모 얼레로 나눈다. 얼레에 감긴 실을 서서히 풀고 조종을 한다.


연 즐기기

이제 인류는 하늘을 정복했다고 한다. 거대한 비행기와 헬기를 타고 빠른 속도로 하늘을 질주하는가 하면 글라인더, 낙하산 등을 이용해 몸으로 직접 하늘을 즐길 수도 있다. 최근 연은 풍력발전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과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이미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연을 만들어 날리며 즐기고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첨단장비로 하늘을 즐길 수 있게 됐으나 직접 주변의 재료로 만들어본 나만의 작품으로 하늘을 즐긴다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세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날리기 축제도 열린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산과 의성에서 국제연날리기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들 대회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수십개 국가의 수백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연을 가지고 참가한다. 또한 우리 전통 연과 세계의 다양한 연도 전시된다.

고대에서부터 만들어진 연은 이렇듯 현재에도 우리 일상 속에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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